2008년 12월 30일 화요일

Naked space






장미빛인생
문을 열고 사내가 들어온다.

모자를 벗자 그의 남루한 외투처럼 희끗희끗한 반백의 머리카락이 드러난다.
비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그는 건강하고 탐욕스러운
두 손으로 우스꽝스럽게도 작은 컵을 움켜쥔다.

단 한번이라도 저 커다란 손으로 그는 그럴듯한 상대의 목덜미를 쥐어본 적이 있었을까.
사내는 말이 없다. 그는 함부로 자신의 시선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한 곳을 향해 그 어떤 체험들을 착취하고 있다. 숱한 사건들의 매듭을 풀기 위해, 얼마나 가혹한 많은 방문객들을 저 시선으로 노려보았을까.여러 차례 거듭되는 의혹과 유혹을 맛본 자들의 그것처럼 그 어떤 육체의 무질서도 단호히 거부하는 어깨. 어찌 보면 그 어떤 질투심에 스스로 감격하는 듯한 입술. 분명 우두머리를 꿈꾸었을 머리카락에 가리워진 귀. 그러나 누가 감히 저 사내의 책임을 뒤집어쓰랴.

사내는 여전히 말이 없다.
비로소 생각났다는 듯이 그는 두툼한 외투 속에서 무엇인가 끄집어낸다.
고독의 완강한 저항을 뿌리치며 어떤 대결도 각오하겠다는 듯이 사내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.
얼굴 위를 걸어다니는 저 표정.
삐걱이는 나무의자에 자신의 모든 것을 밀어넣고 사내는 그것으로 탁자 위를 파내기 시작한다. 건장한 덩치를 굽힌 채 느릿느릿.
그러나 허겁지겁.스스로의 명령에 힘을 넣어가며.


나는 인생을 증오한다.

2008년 12월 29일 월요일